[Interview] PLAYC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민기 “우리 같이 아트 할래요?”

아래는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playce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맡고 있습니다.
playce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를 맡고 있는 박민기 디렉터님은
‘어떤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어떤 일인지
아직 감이 잘 오지 않으시죠?

그럼 함께 천천히 들어보실래요?

SHALL WE ART?

playce(플레이스)를 만드는 사람을 뜻하는 playcer(플레이서). 첫 번째로 소개할 플레이서는 이 공간의 컨셉과 비주얼 등 전체 디자인을 도맡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민기다. 그는 호기심 어린 사람들이 솔깃할 만한 제안을 건넸다. “우리 같이 아트 할래요?”

디자이너가 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위대한 실수가 있다면 뭔가요?

고등학교 때 미술 동아리에 들어간 것(웃음)? 원래는 문학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학교 복도에서 우연히 사람 얼굴이 흘러내리는 듯한 그림의 미술부 모집 포스터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지슬라브 백신스키 같은 초현실주의 스타일의 그림이었어요. 그때부터 미술과 디자인에 빠져들면서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리고 다녔어요. 보들레르, 로트레아몽 시와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편집한 <시각언어>라는 책도 만들고요.

 

playce의 박민기 크리에이티브디렉터가 <시각언어>를 꺼내 보여주고 있다.

 

웹 디자인, 모션 디자인, 애니메이션 등 그간 다양한 일을 했는데요. 이유가 있나요?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려고 해요. 한 우물이 아니라 열 우물을 파자는 주의거든요. 한 우물만 파면 거기서 빠져 죽는다고 생각해요. 열 우물을 파면 어떤 땅에서는 석유가 나오고 어떤 땅에서는 물이 나오고 어떤 땅에서는 물이 안 나오는 것도 알게 되죠. 그래서 playce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부탁한다’고 했을 때도 너무 좋았죠. 요즘엔 playce 유니폼 의상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playce가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디자인했나요?

젊은 사람들은 합리적이잖아요. 여기서 ‘젊다’는 건 나이가 아니라 마인드를 말해요. 숙소를 겸비한 북합문화공간, 여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허브 역할의 공간이라는 컨셉이 좋았어요. 영화 <비치>에서 젊은이들이 찾아가는 섬처럼 젊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파라다이스 같은 공간을 생각했어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운 젊은 공간인 거죠. 뉴욕의 유니언 스퀘어에는 지역 농산물을 파는 사람, 공연을 하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젊은이들, 크래프트 마켓을 여는 작가들, 집회를 여는 사람들이 모두 다 있죠. 거긴 무엇을 해도 되는 공간이잖아요. playce(플레이스)가 그런 공간이 되길 상상했어요.

가장 중요하다고 염두에 둔 공간이 있나요?

광장의 컨셉이 무척 좋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모든 아이디어는 광장에서 시작했어요. 광장 한복판에 있는 카페나 펍의 창문을 모두 열어둘 수 있게 해 안과 밖의 경계가 없을 거예요. 직원 식당도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요. 그런 컨셉이 playce(플레이스) 곳곳에 반영됐어요. 펍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공간 한가운데에 있어요. 계단은 1,2층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장소인 거죠. 계단의 폭도 2층으로 올라가는 사람과 1층으로 내려오는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정도를 원했어요. 서로 기다려주면서 눈도 마주치고 살짝 스치듯 지나가면서 설렘도 느끼는 거죠. 사용자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누릴지 고민했어요. 앉는 공간과 앉으면 안 되는 공간에 대한 구분 없이 사람들이 어디든 앉고 누울 수 있으면 해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부딪히면서 재밌는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건가요?

맞아요. 어느 공간에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앉아만 있다 나오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거죠. 뮤직 페스티벌이나 아트 디자인 페스티벌, 혹은 영화제에 온 군중들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각기 다른 이유로 온 다양한 사람들이 거기서는 함께 어우러지잖아요. 개 스쿠비 두와 프레드, 다프네 등 여러 다채로운 인물들이 모두 친구로 등장하는 만화 <스쿠비 두>처럼요(웃음).

비주얼 컨셉트에서는 빈티지한 것과 모던한 것, 테크놀로지와 인간미 등 상반되는 두 가지 요소들을 섞었는데요. 이유가 있나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걸 좋아해서요. 한 스타일만 고집하면 재미가 없고 지루해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인 콘크리트와 철재가 공간의 겉을 싸고 있지만 그 안에는 목재, 벽돌과 같은 따뜻한 요소가 들어있는 거죠. 그 모순을 조화롭게 하고 싶었어요. 시스템은 하이 테크놀로지로 구축돼 있지만 그 안은 마치 100년 된 듯한 따뜻하고 익숙한 공간이었으면 했고요. 직원들이 입는 유니폼도 여기서 일하는 사람인지 나랑 같이 놀러 온 손님인지 구분이 가지 않게 디자인할 생각이에요(웃음).

playce(플레이스)는 ‘Passion, Love, Art & Youth Change Everything(열정, 사랑, 예술, 그리고 젊음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라는 뜻인데요. playce(플레이스)를 설명하는 키워드 단어 6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요?

예술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와 아티스트가 아닌 사람.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고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라는 거죠. 전 디자인 전공 학생들에게도 아티스트가 아닌 사람들처럼 살지 말라고 해요. 오늘 아침에도 포스터 하나를 어디에 붙일지 고민했는데요. 살고 있는 곳, 하는 일, 생각하는 것 모두 다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서 상품뿐만 아니라 제 모습, 제 삶 등 모든 것을 매일 디자인하려고 해요. 아티스트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고 사회도 변형시킬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로 창작인 그룹 크라우디드(The Crowded)를 만들어 컨퍼런스, 워크샵, 상영, 전시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는 크라우디드 페스티벌을 열었나요?

네. 미국의 어느 호텔에 갔는데 어떤 사람에게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몰려드는 거예요. 저스틴 비버라도 왔나 했더니 건축가라고 하더라고요. 자신의 분야에서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고 생각해요. 크라우디드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모여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로 만든 거예요.

playce(플레이스)의 공간을 공모전을 통해 받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채운다고요. 역시 같은 취지인가요?  

네. 사람들이 여기서 하루를 묵더라도 가급적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한 사람의 취향으로 작품을 선별하지 않고 공모전을 기획한 게 그 이유예요. 다양한 문화, 직군, 연령대가 만든 다양한 작품들로 playce(플레이스)가 채워지면 좋겠어요. 형식은 자유예요. 그래피티 벽화도 되고 포스터도 되고요. 크레파스로 그려도 되고 유화 물감으로 그려도 돼요. 공모전이라기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협업 개념으로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문법상의 오류를 너그럽게 이해해준다면, ‘Shall We Art?’인 거죠. 이런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우리 같이 아트 할래요?’라는 거죠.

 

 

playce의 아트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ART-236의 포스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집 기준이 있을까요? 어떤 사람을 찾고 있나요?

몇 달 전에 일러스트레이션 하는 친구와 얘길 나눴는데요. 어느 갤러리에서 그 친구의 작품을 전시하자고 요청이 와서 기쁜 마음에 작품을 보냈대요. 그 갤러리에서는 작품마다 30만원 정도를 책정했고요. 그걸 보고 그 친구는 자신의 작품을 30만원에 팔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5만원만 받아도 되니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이런 친구들이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요. 틀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이 작업을 재밌게 하는 사람들이면 돼요.

playce(플레이스)에서 심야호러영화제, 숲 투어, 시와 문학의 밤, 찰흙 워크샵, 파자마 파티 등 여러 가지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들었어요. 직접 기획을 한다면 playce(플레이스)에서 어떤 걸 해보고 싶나요?

토론회를 해보고 싶어요. 여행지에서 맥주 하나씩 들고 모여 불꽃 토론을 한다면 잊지 못할 밤이 될 것 같아요. 어디서도 할 수 없는 얘기를 하면 좋겠어요. 토론회에서 말하는 사람은 한정돼 있지만 거기서는 듣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뉴욕에 있을 때 크라우디드 기획을 위해 매주 금요일 밤마다 8-10명의 친구들과 모여서 얘기를 나눴는데 좋더라고요.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지식과 배경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새로운 형태의 뭔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playce(플레이스)에 어울릴만한 플레이어로는 누굴 추천하고 싶나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이요. 어렸을 때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언젠가 히사이시 조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 쓰인 곡들을 연주하는 공연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공연 내내 맨 뒤에 앉아있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다 끝난 후 일어나서 박수 치며 눈물을 흘리는데 뭉클하더라고요. 미야자키 하야오가 playce(플레이스)에 오는 건, 제가 playce(플레이스)에 대해 상상하는 모습의 끝이 될 것 같네요.

삶은 여행으로 채워져 있다는 게 playce(플레이스)의 컨셉이기도 한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나요?

일본 나오시마 섬으로의 여행은 제 인생에서 겪은 최고의 경험이었어요. 베네세하우스와 지중미술관, 이우환 뮤지엄, 미나미데라 등 그 공간을 압도한 공기와 아우라는 절대 잊을 수 없어요. 뭘 하든 직업이 뭐든 인생에서 뭘 추구하든 안도 타다오, 제임스 터렐, 이우환이라는 완벽한 세 거장의 조합을 경험할 수 있는 나오시마 섬은 꼭 가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글. 나지언(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김정화

 

*인터뷰 기사 원문: https://m.blog.naver.com/playce2go/220753441051